전국위원회에 참여하다보면 전국위원회 기능에 대해 의문을 느낀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 대표단회의가 일상적인 당론을 결정하는 기구라면 전국위원회는 넓은 의미의 당론과 정세에 따른 정치담론을 결정하는 기구로 보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당내에서 친한 동지관계라고 하더라도 전국위에서는 이견도 표출하고 침도 좀 튀기면서 설전도 하고 해야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어느때부터인가(1차 회의때부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국위원회는 보고받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심의, 의결해달라는 주문에 대해 "의결을 할 수는 있으나 이 내용을 어떻게 심의하느냐"는 질의 아닌 질의를 해야만 했겠습니까?

 

5+4 회의에 대해서는 지난 전국위원회에서 구두보고를 받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언론에 난 이러저러한 내용들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물어보는 것도 그렇고, 대략 난감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 지도부가 큰 전략은 이렇게, 정세에 따른 몇 가지 전술은 이렇게 하고자 한다고 제시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원들과 근거리에 있는 전국위원들도 의견을 개진하려는 통로가 막혀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남은 방법은 전국위원들이 방향을 제시하고 토론을 통해 ‘관철’하는 것뿐입니다. 과연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생산적인(올바른이 아니라!) 방향일까요?

 

전권을 위임한다고 하더라도 진보정당에서는 100%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산하 부문위원장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운영위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따라서 부대표들과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합의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만약 그것이 상식이 아니라면 상식은 더 이상 상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최소한 진보신당에서는.

 

정치와 선거공학만이 당을 지배하고 당의 전략과 정책, 그리고 서민들을 향한 담론이 실종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만 놓고 보면 당의 정치와 선거공학도 낙제점을 넘어 사망선고 수준입니다. 요컨대 5+4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몇 사람의 생각일뿐입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언론이 부여하고, 각 정당이 부여하고, 심지어 당 지지자들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미 과정하나 하나가 정치이고, 문맥하나 하나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의 지지자들이 먼저 보는 것은 다음날 세 개면에 걸쳐 실린 한겨레의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합의문의 행간을 해석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가 아닙니다.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질 경우 우리가 주장하는 해석(?)은 판을 깨는 것이라고 이지메를 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그 회의는 본질적으로 8+1(진보신당) 회의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치공학의 실상은 5+4 회의가 아닙니다. 그 회의는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비판적지지세력과 진보신당이라는 두 세력간의 테이블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언론이 초청한다면 없는 시간이 쪼개서 가야겠지요. 하지만 찌라시들이 무슨 행사를 한다고 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 시간에 종로의 선술집 골목에서 넥타이 풀고 직장인들과 소주나 한잔 하는 것이 진보신당다운 행보입니다. 오르는 전세값과 구조조정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입니다.

 

 

(다방커피 한잔) 친척간에도 보증서는데 사인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주말에 다시 생각하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