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 당하신 것을 비롯하여, 여러모로 마음 쓰실 일 많으신 줄 압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진보신당 내에서 선거연합에 대해 가장 유연한(?) 자세를 가진 사람 중 한명이 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5+4의 ‘전략적’ 목표에 대해서 진지하게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길게 재론할 필요야 없겠지만 먼저 저는 선거연합이 대두하게 된 배경을 환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그것은 민주당의 ‘독자노선’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매우 역설적인 표현인데, 진보정당 세력의 독자노선만 힘겨운게 아니라 민주당의 독자노선이 힘겨웠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를 ‘파트너’로 간주하며 선거연합에 임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거꾸로 진보정당의 정치세력화가 어느 정도 ‘정치적 실체’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범진보정당은 실제로 민주당을 왼쪽에서 압박하며 그들이 ‘왼쪽 이미지’를 가지고, 실제로는 ‘중도 우파적인’ 색깔을 선명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 흔히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광범위한 반MB정서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진보신당의 2010년 전략적 목표>를 무엇으로 잡을 것인지를 재검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진보정당이라는 추상명사는 정치적 실체가 되었지만, 진보신당이라는 고유 명사는 인지도가 고작 30% 내외에 불과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합정치’가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이번 2010년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연합정치에 참여하건 안하건과 무관하게 2012년 연합정치의 분위기는 다시 무르익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판단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노회찬 대표께서 은연중에 2012년까지도 염두에 두고 이번 협상에 임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연합정치론이 대두될 필연성은 역시 ‘민주당 독자노선’의 본질적 한계 때문입니다.
그렇게 볼 때, 이번 2010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전략적 목표는 <존재감의 과시>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5+4를 우리가 거부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경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아주 단순한데, 5+4에서 진보신당의 존재감은 1/9의 비율밖에 안됩니다. (*이럴 경우, 우리는 지지도 제고는 커녕, 인지도 제고에도 실패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4+4가 정치적 합의를 하게 될 경우, 진보신당의 존재감은 1/2이 됩니다. 즉, 1(진보신당):1(나머지 8개)이 됩니다. (*이럴 경우, 우리는 지지도 제고는 실패할지 모르지만, 인지도 제고 하나는 확실하게 성공할 것입니다.)
물론 이럴 경우, 반MB 정서를 가진 광범위한 대중적 저항과 항의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러한 상황은 2002년 대선과 유사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2002년 대선, 권영길 후보 때문에 노무현이 떨어지면 어떡하냐는 친노무현 계열 지지자들의 격렬하고, 광범위하고, 무시무시한 항의에 우리는 직면한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것은 우리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힘으로 우리는 13%와 10명의 국회의원, 그리고 원내3당이라는 정치적 성취를 달성한 바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민주당이 수도권 광역단체장 하나를 내줄 가능성은 0.000001%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호남 광역 단체장을 내줄 가능성도 0.0000001%도 되지 않습니다. 진보신당 당원의 약 70%가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데, 노회찬/심상정의 투톱이 본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저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심각한 정신적 아노미 상태를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신생정당의 취약함을 안 그래도 간직한 우리에게 큰 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신중하게 판단하되, 과감하게 5+4를 거부하는 것도 현재 진보신당이 처한 조건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전략적 목표라는 차원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번 2010년 지방선거에서 어차피 우리가 얻어야 할 몇 가지 목표중 하나는 민주노동당과의 경쟁관계라는 측면이 객관적으로 존재합니다. 저는 이러한 선택이 이러한 목표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12년 총선에서 원내교두보 확보라는 측면에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금은 과감한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서울 시민의 한명으로서, 서울 유권자의 한명으로서, 2010년 6월 2일, <서울시장 후보 진보신당 노회찬>이라는 이름 석자에 힘차게, 꾸욱~. 인주를 찍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