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회찬 대표님이 글을 올리신 것은 일단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당원들의 항의가 없어도 알아서 먼저 말을 거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지금 대표단회의에서 한참 이야기하고 있을 선거연합 문제에 대해서 말입니다.
대표님이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히셨지만, 사실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사과보다는 '참석의 취지는 정당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평소의 똑부러지는 모습과 달리 이번 글에서는 군데군데 허점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반론에 앞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이번 일로 김문수, 이재오, 나경원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당원들 대부분 마찬가지일 겁니다.노회찬 대표의 진정성을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선일보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비판은 어디까지나 진보정치를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진보신당을 지지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좋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때려대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일보식 글쓰기'의 위험성을 충고하신 것은 이 게시판에 올리실 글에는 불필요한 내용이었다고 봅니다.
2.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노회찬 대표의 글은 90주년 파티 참석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혀 경우가 다른 일들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노회찬 대표 아버님의 장례는 애도를 표하기 위해 온 사람들을 상주로써 맞이하는 일이고, 조선일보 파티는 축하를 위해 적극적으로 가는 일입니다. 전자의 경우, 악의적 행동으로 고인을 돌아가시게 한 사람이 조문을 왔다면 돌아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도 아니니 애도하러 왔다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후자는 축하하러 가느냐 아니냐 선택의 문제입니다.
마은혁 판사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은 노회찬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야말로 책 낸걸 축하하거나 관심있게 지켜본다는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사실상 지지의 표명이라 해도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일과 재판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도 없습니다. 완전히 별개의 사안입니다. 이건 우리가 다 아는 얘깁니다.
반면 조선일보 창간 파티는 그야말로 창간을 축하한다는 의미입니다. 열렬히 축하하러 가든 마지못해 끌려가든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의 의미는 축하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 창간 축하는 진보신당의 정치와 직접 연결된 문제입니다.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조선일보는 한국의 진보적, 개혁적 세력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선일보가 매체를 발행하는 극우정치세력이라고 보지만, '막가는 보수언론' 쯤으로 보셔도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들은 맞서 싸우고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할 대상이지, 대화의 대상, 더더구나 축하할 대상은 아닙니다.
그럼 조선일보 관계자와는 술한잔 하며 토론도 못하느냐?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사진도 찍히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는 '사적인' 자리입니다. 인터뷰나 취재기사처럼 데스크의 편집을 거치면서 왜곡보도가 나갈 일도 없습니다. 반면 창간 축하파티는 지금 경험하고 계시듯이 완전히 공적인 자리입니다. 모두가 지켜보고, 거기에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현재 네티즌들의 반응에는 지나친 측면도 있지만, 조선일보 창간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는 흔들리지 않는 사실 자체는 광범위한 조선일보 반대 정서와 보이콧운동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이 점에 대해 "마판사사건의 보도태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라도 참석하겠다고 결정"했다는 말씀이 과연 적절한 반박이 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노회찬 대표에 대한 애정이 많은 당원이라 해도 납득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축하파티 참석의 전제조건으로 마녀사냥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참석한 자리에서 항의와 비판의 발언을 한 것도 아닙니다. 다른 참석자들과 똑같이 박수치고 건배한 게 다인데, 어떻게 이것이 항의의 표시가 됩니까. 너무나 궁색한 변명입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항의와 비판을 하려고 했으면 차라리 별도의 기자회견이라도 열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견해가 다른 세력에 대한 마녀사냥과 왜곡보도 중단, 편집권 독립 등의 구조적 개혁을 촉구하는 노회찬 대표의 모습과 파티에 참석해 와인잔을 들고 있는 다른 정치인들의 모습이 대비될 때 우리당의 이미지가 확실히 올라가지 않았겠습니까? 적어도 우리의 잠재적 지지층인 촛불시민, '깨어있는 시민'들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고 싶어합니다. 언소주 운동의 급성장이 그 증거입니다.
3.
혹시나 제가 너무 결벽증을 보인다고 생각하실까봐 조선일보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조선일보 노동조합에 가서 강연하는 것,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방씨가문과 오찬회동 같은 걸 하며 사진찍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행사니까요. 다만 강연내용이 원래 취지와 다르게 보도될 수 있다는 위험은 어느정도 감수해야겠지요.
만약 조선일보 주최로 각 정당 대표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면? 고민을 해볼만한 문제일 겁니다. 찌라시를 신문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역시 참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정당들이 전부다 참석한다면 (이번 파티에 오지 않은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까지도) 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발표 앞머리에 조선일보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 정도는 반드시 해야겠죠.
이처럼 저는 조선일보에 대해서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에 따라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보이콧을 유력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보는 건, 노대표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진보신당이 조선일보에 소개된다고 해서 진보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해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대문입니다. 마판사 일에 관한 마녀사냥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번은 사설 제목에 심상정 당시 공동대표의 노동운동 비판 발언이 인용되었는데 여기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출현을 촉구한다는 맥락은 사라지고 그냥 노동운동 죽이기에만 이용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은 과격세력. 열심히 일해 회사 살리는 게 최고의 노동운동이죠' 이런 식입니다. 종북주의 비판 역시 합리적 진보세력의 정립에 도움이 되기보다 민주노동당 낙인찍기와 한나라당식의 대북 대결주의 강화에 이용됩니다.
이와 같은 비슷한 경험이 10년 이상 계속되었습니다. 그 결과 언론개혁운동이 내린 결론은 '보이콧과 같은 강력한 수단을 통해 편집권 독립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는 한 조선일보와 선의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선 관계자 개인과의 사적 대화가 아니라 인터뷰나 공식행사 참석과 같은 행동을 말하는 겁니다.
4.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앞으로 어떻게 하셨으면 하는지 바라는 걸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올리신 글보다 더 깨끗하고 솔직하게 잘못된 판단을 하신 것에 대해 사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만큼 했지 않느냐는 분들도 계실 텐데, 솔직히 글을 읽으면서 국제관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유감 표명' 같은 것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못이었다면 잘못이었다, 미안한 일이면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물론 그러기 싫으시다면 굳이 사과를 받을 때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습니다만.
다음으로는 조선일보 보이콧 운동에 적극 동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근거는 이미 위의 이곳저곳에서 많이 밝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조선일보 보이콧을 진보의 기본으로 여기는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 당원들, 잠재적 지지자들, 촛불시민들과 언소주 회원들을 생각하셔서 더이상 욕을 먹지 않도록 적절한 포지셔닝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너무 세세히 참견질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인터넷에서 반응이 심상치 않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벌써 대표 진보 정치인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이번에 올리신 글 정도로는 앞으로도 타격을 더 받으실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어차피 우리를 지지하지 않을 민주당/국민참여당 열성 지지자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해도, 그쪽과 우리를 비슷한 거리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조선일보와의 투쟁은 노무현 이후 진보개혁세력의 '정통성'에 관련된 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는 실제 노무현 정부의 보수적 정책과 조선일보의 입장이 대부분 같았다는 진실과는 별개로 우리가 바꾸기 어려운 실체입니다.)
아마도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있을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창간기념행사나 조선일보 '100주년'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으시는 게 당연하겠지요.
5.
이정도로 해두겠습니다. 앞으로 입장 변화와 관계없이 노회찬 대표님의 행보가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고 믿지만, 그래도 더욱 강력한 보이콧 운동을 했으면 하는 제 입장에서 안타까움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당이 언소주 운동과 전면적으로 결합하는 일은 가까운 미래에 보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선거연합이라는 중요한 문제도 있고 하니 빨리 답변하시지 않는다 해도 보채진 않겠습니다.
그래도 답변은 꼭 해주시길 바랍니다. 게시판에 오랜만에 한 번 나타나신 걸로 소통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로 당내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직도 당내 소통은 '컵에 물이 반은 차 있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라 '스포이트로 물 한방울 떨어뜨린 정도'라고 봅니다.
덧말) 이 문제에 대한 당원들의 댓글과 토론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며칠을 고민하며 노대표가 왜 그래야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 갈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하여 묻어둘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두가지 사이의 사회적 경계선을 떠올리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이성적으로 잘 사고하고 판단하던 사람이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행동으로 주변을 의아하게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것은 쉽게 말해 순간적 실수라고들 하는데요, 순간적 실수 또한 사실은 알고 보면 무의식적 저항과 부조리가 있을 때 발생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줄이고 재발하지 않으려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 우리는 성숙하고 성장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노대표의 경우도 그런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치인은 물론 말을 잘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말이라는 것이 말을 못하는 대중을 현혹하거나 속이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말을 조리있게 못한다고 해서 핵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대중의 정서라는 것도 있고요. 핵심을 비켜가며 잘하는 말은 대중의 마음을 건드리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않습니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말로 면피를 하려고 해도 대중은 금새 눈치를 챕니다. 이것이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는 지름길이기도 하죠.
당원을 포함하여 진보세력이 성장해가길 원하는 대중은 희망정치인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향후의 방향까지도 제시해 주는 <대인배 노슨생>을 바라는 것입니다. 당장 눈 앞의 사실에 급급하여 변명만을 듣는다면 더 큰것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비판이 좋은 것은 그 안에 엄청난 지지와 지원을 내포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소모적 논의를 한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당원의 책임이 같을 길을 가는 동지적 사고 위에서 해야할 일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해도 자신의 당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늘 확인을 해야 합니다. 당원과 대중의 자발성은 다른 곳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진정성 가득한> 소통을 다시한번 기대합니다.
오, 멋진 반격(?)입니다.(반격이라 표현한 것은 노대표의 행보에 대한 당원들의 떼공격이라 ㅎㅎㅎ)
여든 어른이 세살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한 옛어른들 말씀이 정확히 이해되어집니다.
노대표님, 비단 2호선콩나물님이 아니더래도 이 글 속의 당과 당을 상징하는 인물인 대표에게 드리는
충정어린 마음은 한결 같으리라 봅니다.
조목조목 대표께서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 보여주지 않습니까?
특히 4번 문항부터는 깔끔한 요청이지 않습니까.
2호선콩나물님이 젊은 분으로 여겨져 속담을 인용했는데
혹여 아니라면 죄송할 따름입니다.
노대표님 엉뚱한 글 읽고 되려 울화가 생겨나던데 속시원한 글 잘 읽었습니다.
글쓰기 잘하시는 분들이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